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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조선 시대 퇴계와 고봉 사이에서 사단칠정론을 두고 7년 간 주고받은 서신은 한국 유학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마찬가지로 17세기 데카르트와 홉스가 메르센을 매개로 주고받은 6통의 편지와 데카르트의 『성찰』에 대한 반박과 답변은 철학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이 두 철학자의 철학적 차이점을 드러내는 서간문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 논문의 제1차 목표는 홉스와 데카르트의 서간문을 통해 담겨 있는 철학적 쟁점들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주요작품 『성찰』에 대해 제3 비판서를 쓴 홉스의 반박과 그에 대한 데카르트의 답변을 통해 이 두 철학자의 쟁점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데 2차 목표가 있다. 노엘 말콤이 편집한 홉스의 서간문 중 데카르트와 논쟁한 6통의 편지를 통해 드러난 쟁점들은 주로 운동론, 빛의 굴절론, 매질 이론 등 물리학과 기하학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근대 과학의 초기에 대수학에 경도되었던 데카르트와 기학학적 방법론에 더 관심을 가졌던 홉스는 근대 과학을 수용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성찰』에 대한 홉스의 반박과 저자의 답변은 6개의 성찰 중 1, 2 성찰과 성찰 3과 5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사유의 정신성을 강조한 데카르트와 물질성을 강조한 홉스의 주장은 메울 수 없는 정도의 깊은 간격을 보이고 있다. 신의 관념과 신 존재 증명에 관해서도 두 철학자는 이원론을 바탕으로 한 유신론과 일원론을 토대로 한 무신론 사이의 간격만큼이나 커 보인다. 이 두 철학자가 메르센이라는 중개인을 통해 편지 논쟁을 했지만 아무래도 사적인 성격이 편지 곳곳에서 드러난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우호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 근대 철학사를 기술하는 데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라 보인다. 특히 메르센 학파의 3대 대가라 할 수 있는 데카르트와 홉스 그리고 가상디가 어떻게 논쟁의 전선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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