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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안확은 ‘과학적’ 국어학을 내세우며 ‘언문’에 낮추는 뜻이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한글’이란 새 이름은 필요 없었으며 한갓 민족주의에 치우친 감정적 비학문적 반응의 산물임을 주장하였다. 주시경 학파의 전통을 불신하는데는 일본에서 유입된 ‘과학적’ 언어학의 영향력이 컸다. 이런 안확의 주장은 경성제대 조선어문학과에 ‘과학적’ 국어학이 소개되기 전이었다. 경성제대 조선어 문학과의 ‘과학적’ 국어학과 안확의 주장은 내용에서 연속성이 많다. ‘언문’의 의미에 대한 논의는 한글전용 문제, 맞춤법 문제와 더불어 조선어 학회와의 투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주시경 이래의 근대 국어학이 민족주의적인 이데올로기에 지배되고 있음을 ‘과학적’ 국어학은 보여주고자 했다. 안확의 주장은 논리적 일관성에서 문제가 많아 곧 잊혔으며, 오늘날 이를 다시 되살릴 이유도 전혀 없다. ‘언문’에 관한 주장도 잊힌 지 오래였다. ‘과학적’ 국어학을 좇는 이기문 등에 의해 이 낡은 주장이 되살아났고 또 지금도 번져가는 추세에 있다. 언문의 부정적인 의미는 최만리의 상소문에서 가장 선명하다. ‘언문’이 가치중립적으로 쓰이는 맥락에서도 부정적 태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한자를 작은 중화의 상징으로 보는 문명 의식, 학문어, 교육 언어로 군림했던 한문(진서, 진문)과의 관계에서, 말하는 대로 적는 글자라는 ‘언문’이 사전적인 의미 규정과는 관계없이, 낮추는 뜻을 갖게 되었다. ‘언문’의 쓰임새가 늘어났지만 하층민의 글자로 머물렀다. 한 낱말의 의미에 부정적 긍정적 가치 평가가 공존하는 게 일반적이다. ‘언문’이 중립적 뜻으로 쓰인 몇몇 보기에서 낮추는 뜻이 없었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안확은 ‘언문’의 의미에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조선어 학회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 길은 맹목적 대결과 부정에서 출발하였으며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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